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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일기

[정세랑] 시선으로부터, (3)

by 순수그잡채 2024.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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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QxJP8LlLqzQ?feature=shared

"문득 돌아보면 그날에 네 마음이 내겐 얼마나 큰 위로였는지"

 

 

각 인물들에 대한 단편 드라마, 하지만 마지막에는 한 곳으로 모여 대미를 장식하였다.

 

소설의 끝에는 내 궁금증을 해소해줄 [작가의 말] 챕터가 있었다.

이 소설을 쓰게된 경위, '심시선' 이라는 이름과 인물이 탄생하게된 배경, 작가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

소설을 쓰기 위한 노력들(여러 경험들, 인터뷰, 레퍼런스)이 간단하게 설명되어있었다.

하와이, 역사, 새(해림), 괴수 디자인(우윤) 등에 대한 레퍼런스나 직업 인터뷰까지 참고했다.

 

특히, 이 한 편을 쓰기 위해 4년을 투자했다는게 대단했다. 

물론 그 4년 매순간을 글쓰기에만 몰두한 것은 아니겠지만

많은 시간과 노력을 통해 완성이 된 하나의 '예술 작품' 이다.

 

4년이면 내 박사과정 목표 졸업 기간과 같다.. (현재 3년차..!)

'예술 작품'이라고 생각한게 신기했다.

문득 생각해보니 모든 문학, 아니 사실 모든 것들이 예술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라는 사람, 이 글을 읽는 당신, 내가 지금 쓰는 높지 않은 수준의 글이나 연구 논문조차.

 

갑자기 딴 곳으로 새긴 했는데,, (원래 내가 그렇다 하핳)

정말 여운이 남는 작품이다. 

드라마나 영화로 나왔으면 싶기도 하고, 글로만 간직해도 좋을 것 같고.

 

 

정세랑 작가가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존재한 적 없었던 심시선처럼 죽는 날까지 쓰겠다."

 

'죽는 날까지' 쓰겠다는 표현이 강렬하고, 자신감이 느껴져 멋지다고 생각했다.

작중에서도 시선은 난정에게 글을 쓰기를 권유한다.

 

난정은 아픈 딸에 대한 걱정이 너무 커져 그것을 대신할, 마음을 붙일 것을 찾았고

끝없이 읽는 것이었다. 절망에 빠지지 않게, 낙관과 현재를 위해 책에 시선을 고정했다.

 

시선은 그런 난정을 보고,

"너같이 많이 읽는 애는 언젠가 쓰게 된다"

...

"인풋이 있으면 아웃풋이 있다고. 그게 자연스럽지."

...

"(중략) 아니야, 그럴리 없어. 애벌레처럼 읽는 사람은 결국 쓰게 되는 거야."

 

 

이제 보니 작가가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 같기도 하고, 독자에게 전하는 말 같기도 하다.

나조차도 내 의지로 아웃풋을 만들고 있다.

솔직히 좀 신기하다,, 글쓰기는 커녕 독서도 그렇게 멀리하던 나였는데..

인생의 흐름에서 어쩌다 보니 자연스럽게 바뀐 것 같다.

 

난정과 비슷하게 뭔가를 대신하기 위해 마음 붙일 곳을 찾은 것도 하나의 이유가 맞고,

글쓰기도 결국 내 안에 있는 생각, 감정, 해소하고 싶은 무언가를 풀어내고 있는 행위다.

일단 누군가를 위한 목적이 아닌, 그저 나 스스로의 의지로 나를 위해 쓰고 있다.

그래서 글의 수준이 낮아도, 문법이 틀려도, 아무도 읽지 않아도 괜찮다!

 

그냥 나는 인풋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아웃풋을 내보내고 있는 것이다.

3~4년 전에 미라클 모닝을 하면서 모닝일기를 통해 풀어냈었던 내 마음 속도 같은 행위였고 말이다.

 

어느새 하나의 취미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게임부터, 건강한 몸을 위한 웨이트 운동, 마라톤, 새로 시작한 배드민턴,

독서, 소소한 블로그 글쓰기, 플래너 쓰기, 감정 일기 쓰기, 노래 듣기, 부르기, 연구, 여행, 친구들과의 수다까지

 

좋아하는 것들을 적당히 나열했는데 생각보다 많네..! 

그 중 글쓰기가 그냥 요즘은 조금 더 재밌는 것 같다.

(혼자 있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져서 그럴까, 그런 것들을 정리하는 과정이다)

 

역시 친구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운영하지 않지만, 한 때 블로그를 열심히 꾸려나갔고, 진심으로 멋지다고 생각했다.

책을 정말 많이 읽고, 생각을 깊게 하고, 좋은 문장을 써내던 멋진 친구다.

강요할 생각도 부담을 줄 생각도 전혀 없지만,

글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기에 언젠가 다시 글을 쓰면 좋겠다.

아니 분명 다시 쓸거라고 확신한다.

 

 

진진한 문장들을 다시 읽게 될 날을 기약하며

([진진하다] 1. 입에 착착 달라붙을 정도로 맛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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