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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일기

[정세랑] 시선으로부터, (1)

by 순수그잡채 2024.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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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대화는 기억이 안나지만, 친구와의 대화 중에

"시선으로부터가 무슨 뜻이게?"

"음.. 누군가의 시선에서 봤다는 뜻 아니야?"

"주인공이 시선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야"

"오호.. 신기하네"

 

...

 

까지만 알고 이 책을 펼쳐봤다.

정세랑 작가의 프로필과 우측에는 

'사랑하는 이름들을 힘껏 지키는 쪽으로, [싸인] 2020 여름, 정세랑'

하고 프린트된 자필 문구가 있다.

 

태어나서 제대로 읽어본 소설은 작년에 천선란 작가의 '천개의 파랑'이 끝이었다.

원래 소설보다는 자기계발서 쪽을 더 선호한다.

뭔가 이뤄내고 싶지만 의지와 의욕이 부족한 나에게 동기 부여 해줄 수 있는 그런 책이나 영상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시선으로부터, 라는 책은 학교 도서관을 통해 친구에게 빌려줬다가 돌려받은 책인데

그 친구가 정세랑 작가의 소설을 굉장히 좋아한다길래

한 번 펼쳐봤다.

 

 

처음으로 나오는 페이지는

[심시선 가계도]

 

'그래 심시선씨 관련된 얘기겠지,, 근데 가계도가 되게 복잡하네..?'

약간 벌써 벽을 만난 느낌이었다 (처음부터 복잡해 보였기 때문에)

 

'그래서 심시선은 어딨지?'

'에?? 왜 제일 위에 있지?? 첫번째,, 두번째 결혼..?'

'딸.. 아들.. 며느리에.. 손자 손녀까지..?'

...

'심시선이 할머니야?!'

 

솔직히 큰 충격을 받았다. 

많은 소설 경험이 없는 나여서 그런지,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는 건지

당연히 주인공 심시선은 젊을거다 생각했었다.

 

그렇게 시작부터 매우 신선했다.

 

 

약간의 걱정(잘 이해하고, 잘 읽을 수 있을까 하는)을 안고 첫 번째 챕터를 읽기 시작했다. 

심시선의 인터뷰 내용 뒤에 나오는 첫 대사,

 

"엄마 제사를 지내야겠어."

 

...?

'주인공이 심시선이고, 할머니인데, 심지어 돌아가셨다고???'

'어머나..'

충격스러우면서도 신박했다.

'와 이런식의 전개도 가능하구나...' 싶었다.

 

가계도를 왔다갔다 하면서 차근차근 읽어보는데 

은근히 흡입력이 있었다..

 

책을 매우매우 천천히 읽는 편이기 때문에 아직 초반이지만,, 

너무 강렬한 구절을 발견해서 아래 적어본다

 

   (챕터 3 중에서)

...

   질문자 : (중략). 성공적인 결혼의 필수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심시선 : 폭력성이나 비틀린 구석이 없는 상대와 좋은 섹스.

...

   심시선 : (중략). 나를 해칠까 불안하지 않은 상대와 하는 안전한 섹스, 점점 좋아지는 섹스 정도가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

   심시선 : (중략). 제법 괜찮은 섹스는 감은 눈에 존재하지 않는 색깔이 떠오르게 하니, 그림일기를 쓰고 싶어질지 몰라요.

...

 

주인공이 이렇게 말했다는 것도 충격이지만, 정말로 인생의 통찰이라고 느껴졌다.

그 자리에서 두세번 정도 다시 읽었고, 지금 다시 봐도 정말 멋진 구절이라고 생각한다.

 

 

시작부터 강렬하고, 초반부터 큰 울림을 주는  '시선으로부터,'

좀 더 읽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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