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부부상담 후 다음 상담까지 2주간의 공백이 있었다.
선생님이 내주신 숙제가 있는데,
나는 '왜 내가 이혼을 해야하는지'
상대는 '왜 내가 이혼을 하면 안되는지' 였다.
인생에 있어서 굉장히 크고 중요한 사건이기에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만 같았다.
사실 그런 거창한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피해왔다.
그냥 벗어나고 싶고, 그만 마주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내가 창피하긴 하지만, 이게 있는 그대로의 나다)
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이유를 찾아보고자 했다.
결국 내가 낸 답은
1. 근본적으로 애정이 식음
2. 나를 지키기 위해
3. 각자 잘 살기 위해
세 가지 였다.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 재판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불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특히 애정이 식었다는 것이 나의 유책으로 책정되지는 않을까 하는..
뭐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때문에 그냥 사실 그대로 질러버렸다.
이번 상담은 내가 가장 피하던 걸 요구하셨다.
상대방이 나에게 풀지 못했던 질문에 대해
선생님을 통해서가 아닌
나와 직접적으로 소통을 하라고..
이미 호랑이굴에 들어와버린 이상(?).. 어쩔 도리가 없었다.
피할 수 있는 길은 없었다고 판단했고, 담담하게 상대방을 마주했다.
(솔직히 세로토닌 약에 의해 감정이 좀 절제된 상태라서 가능했던 것 같다)
결국 내 입에서, 상대방을 눈을 보고, 상대방에게 정면으로 답변을 얘기했다.
항상 트러블이 생기면 나오는 상대방의 뾰루퉁한 느낌의 말투나 표정이 오랜만이었고 마주하기 쉽지 않았다.
그나마 선생님이 있기에 절제된 느낌.
어쨌든 내 입으로 내 결혼생활을 부정하고, 더이상 책임지고 싶지 않다고 했고, 상대방이 기분 나쁠 얘기를 직접 전했다.
씁쓸했다. 싫은 소리 하는게 나는 너무 힘들다.
큰 위험한 상황은 없었다.
결국 상대방의 입에서 배신감이 든다, 결혼 생활을 유지해야할 이유가 없다.
나도 사랑받아야 마땅한 사람이다 등의 말이 나왔고
어느정도 이혼이 납득이 된다라고 선언하였다.
다행히 이번엔 법원 관련사람이 증인으로 있는 상황이라 안심이 되었다.
상대방도 이 상황이 힘든지 약간 떨리는 목소리였다.
씁쓸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건 언제나 익숙하지 않다.
어쨌든 결론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다음에는 어떻게 잘 이혼을 할 지(금전적인 부분)에 대해 얘기나눠보자 하셨다.
나는 선생님께 따로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우선 감사를 표하고 싶었다.
덕분에 상대방의 심리상황을 알게됐고, 나의 책임에 대해서도 알게됐다고.
다행히 선생님께선 내가 진실되어 보인다고 해주셨다.
상대방이 그렇게 미운가?
그렇지는 않다.
양가감정이 있다.
미안하지만서도 더이상 상관하고 싶지 않은 마음
상대방이 망했으면 좋겠는가?
오히려 잘 살아줬으면 좋겠다.
상대방이 살아가기위한 토대는 내가 많이 쌓아줬다고 생각한다.
나는 노력했고, 잘 되기를 항상 응원했었다.
비록 결과론적으로 상대방은 나에게 배신감이상의 감정은 못느끼는 것 같지만,
상대방이 잘됐으면 하는 내 마음을 전혀 이해못하고 있지만.
서로 이 젊은 청춘을 낭비하고 있는 것도 아쉽고
상대방이 풀어나가야할 자신의 숙제가 많아보이는 것에도 안타까움이 있고
더이상 책임지고 싶어하지 않는 나의 모습, 당연히 사랑받아 마땅한 누군가를 상처주는 나의 모습이 역겹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을 나쁜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는 이기적인 맘으로 피해온 나도 참 안타깝다.
긴장을 많이 해서 그런지 한 시간 반만에 어깨가 심하게 뭉쳐버렸다.
집에와서 씁쓸함과 함께 누워서 어깨를 풀어주는 것 외에는 할 수가 없었다.
고생한 나를 위해 치킨을 시켰지만
역겨움에 잠시동안 먹지 못했다.
그래도 의미있는 시간이었고,
꼭 지나야만 하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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