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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심리] 특별한 심리상담 경험 (이혼 소송 절차)

by 순수그잡채 2024.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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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특히 이혼 소송이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이미 들었지만, 괜시리 빨리 끝나지 않을까하는 낙관으로 버티다가

 

포기했다. 그냥 다 내려놓았던 것 같다. 

멘탈도 긍정도..ㅋㅋ

 

최근 힘들게 가사조사를 받고, 이제는 또 어떻게 되려나 생각하던 차에

부부심리상담을 받으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말그대로 '명령'이었다.

솔직히 왜 받아야하는지 납득이 안갔다.

또 길어진다는 생각에 짜증나기도 했다. 

 

안받으면 안되나요

라고 물어봤지만, 이것도 하나의 법원의 절차이기 때문에

받아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아니 나는 개인적으로 심리상담을 받고 있는 상태인데

뭘 또 받으라는 건지 참이라는 생각이었다.

 

상대를 마주하고 싶지, 대화하고 싶지, 같은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았다. 

과거를 들춰내고 싶지, 나의 상태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역시나 나는 회피를 선택해왔다.

 

어쩔수 없이 부부상담 날이 잡혔고, 그 날이 되었다.

불안과 긴장은 당연했지만 가사조사 때보다는 나았다.

 

다행히 심리상담사 선생님이 잘 조율, 중재해주셨다.

나는 상대방의 얼굴을 볼 필요가, 직접적으로 말할 필요가 없었다.

 

 

한 시간 반동안 그렇게 상담을 진행했는데, 놀라웠다.

상대는 아직도 왜 내가 이혼소송을 걸었는지, 이혼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납득을 못하고 있었다.

 

상대는 내 심정을 당연히 완벽하게 이해는 못하겠지만

받아들이고 납득을 하고있다고 나는 믿어왔다. 

(아니면 그렇게 믿고 싶었던 것이었을까?)

 

나는 22년 7월부터 벗어나고 싶다고 얘기했었고, 내가 당한 부당함에 대해 설명을 충분히 했다.

하지만 상대는 아직도 나의 기분이나 상황을 못받아들이고 있었다.

오히려 상대는 내가 잘 끝내고 싶은 마음에(굳이 또 착한 사람으로 남고 싶었던) 잘 대해준게 

상대방에게는 혼란을 주고 일말의 여지를 남겨놨다는 식으로 털어놨다. 

 

아니 협의서도 썼고, 이혼에 대한 언급도 해왔었음에도..

상대는 그저 자기가 받아들이고 싶은대로 받아들인 것 같았다.

 

마치 내 아버지와 같았다.

다른 사람의 기분을 좀더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자기가 받아들이고 싶은 방향으로만 생각하고 말하는 성향.

 

나는 그제서야 이 이혼이 어째서 2년이 넘도록 끝나지 않는지 조금 이해가 되었다.

심리상담 선생님은 상대방에게 정확하게 표현해줬다.

'남편이 벗어나고 싶다고 했는데요? 이해가 되세요?'

 

선생님은 확실히 나의 말을 이해하고 전달해줬다.

그렇지만 상대는 아직 혼란스럽고 제대로된 납득이 어려웠나 보다.

 

 

이 부부상담이 최근에 법적으로 필요한 절차가 되었다고 하는데,

이번 상담을 해보고 나니 이게 왜 필요한지 너무나 잘 깨닫게 되었다.

 

나의 소통방식에도 문제가 있기에

이렇게라도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상대방이 이 상황을 납득하게 하는것도 부부관계로서 나의 마지막 책임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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