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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심리] 심리상담 (2)

by 순수그잡채 2024.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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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2 (금) 2회차

 

"착한 아이 증후군인 것 같고,

다음 시간에는 어머니에 대한 얘기를 해보죠"

 

 

 

일단 우물에서는 나왔다.

이제는 내가 내 힘으로 허물어진 집을 다시 고쳐 세워야한다.

 

내 안의 수치심을 조금씩 인정하고, 뻔뻔해지려고 노력했다.

주변 가까운 친구들에게 아는 변호사가 있는지 물어보기 시작했다. 

 

신년 인사를 함과 동시에 '혹시 주변에 아는 변호사 있니?' 하고ㅋㅋㅋ

과거의 나에게는 상상도 못할정도로 뜬금없이, 뻔뻔하게

 

운이 좋게도 가장 친한 중학교 친구의 여자친구의 사촌 언니 분께서

변호사이셨고, 법원 휴정기간을 이용한 해외여행 휴가를 가기 전날임에도

감사하게도 직접 나에게 전화를 주셨다.

 

내가 변호사 상담 같은 것을 하게 될 줄이야.. 태어나서 지금까지 내가 겪게 될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긴장도 많이했고, 걱정도 많았고, 원래 전화(면대면 처럼 즉석으로 대화하는것)에 약한 편이기도 했지만

변호사 분의 강인함, 똑부러짐이 목소리를 통해 느껴져서 더 주눅(?) 들었던 것 같다.

어느 정도의 살(돈)은 내줘야하지만 어쨌든 뼈(근본적인 벗어남)와 근육정도는 지킬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고

안심했다. 그 강인한 목소리에 믿음이 갔다.

 

그 후 사무실에 방문해서 상담도 했고, 운동(5km 달리기)도 시작했다.

식욕이 많이 없던 상태이기도 했고,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살을 빼보기 위한 것도 있었고,

일단 올해 목표인 10km 마라톤을 위해.

 

지난 심리상담 내용도 계속 되뇌며 지냈다.

다른 일로 아픈 마음이 지속되기는 했지만

어쨌든 내 힘으로 내 집을 짓는 작업을 멈추지 않기로 했다.

 

 

두 번째 상담을 왔다. 

아픈 마음에 대한 얘기를 간단하게 하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상대방에게 압도당할때 어떤 부분이 힘들었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여쭤보셨고,

 - 이길 수 없는 상대, 압도당함

 - 주변 사람이 있을 때는, 수치심 (정말 강하게 느꼈다)

 - 자존감 하락

 - 그만 두고 싶음, 쥐구멍 찾아서 들어가고 싶은 마음, (심할 때는) 이 순간이, 내가 사라졌으면 하는 생각

 - 내가 특별히 잘못한게 없다고 생각함에도 내 자신에 대한 미움, '내가 왜그랬지', (심할 때는) 죽고 싶다는 생각 

  등등

 

선생님께서 간단하게 요약해주셨다

"자기가치를 훼손당한거고, 그게 바로 가스라이팅이에요"

 

 

'자기가치' 그리고 '훼손' 

그 말이 내 상황을 너무 잘 정리해줬고,

위로가 되었던 것 같다.

 

혼자 생각해본적이 있었다. '나 가스라이팅 당하는 것 같아'

친구들은 그렇다고 인정해줬다. 

그 사람에게도 말한적 있었다. '너가 하는게 가스라이팅이야'

당연히 상대방은 잘 인정하려 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런지 내 안에서 100% 확신은 안들게 되었던 것 같다.

 

역시 같은 말이라도 전문가에게서 듣는 것은 좀 더 임팩트가 있고 확신을 들게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내가 당한 것은 가스라이팅이 맞아'

이제는 100% 확신을 한다. 내가 당한 것은 '자기가치 훼손' 이라고.

 

 

나는 화를 잘 못내고, 맞서 싸우지 못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잘보이려고 노력한다.

선생님께서는 그런 나의 '좋은 평판을 받으면서 사는 것'이

나만의 '생존 방식' 이라고 얘기해주셨다.

정확했다. 

항상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선의를 베풀면

일단 기분도 좋았고, 뿌듯했고, 언젠가 나에게 돌아오는 때도 있으니까.

 

그렇지만 그걸 위해서 나를 희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 에너지와 시간을 써서 다른 사람을 지나치게 돕거나

내 정신을 써서 다른 사람을 편하게 하거나 등등

그 뒤에는 보통 굴을 파고 들어가 혼자 회복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결국 이것은 '착한 아이 증후군' 이었다.

당연히 자각하고 있었다. 알면서도 그냥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고칠 필요가 있다고 조언을 들었고, 

 

선생님께서 다음시간에는 어머니에 대해 얘기해보자고 했다.

나의 이런 모습이 어머니에게서 시작된 것 같다고 하셨다.

 

숨이 턱..!

하고 막혔다. 

그리고 머릿속을(?) 제대로 맞은 듯한 느낌 

뭔가 정곡을 확실하게 뚤린 듯한? 숨이 턱하고 막히는 느낌

 

생각을 안해본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여러가지 생각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퍼즐이 맞춰지는 듯한 느낌

 

 

멍한 얼굴로 많은 생각을 하며 상담실을 나왔던 기억이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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