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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심리] 마음속 구겨짐의 근원

by 순수그잡채 2023.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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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기억중에 내게 강한 인상으로 남은 것들이 몇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시기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아마 초등 고학년~중1 즈음이었을 것이다. 

 

그 당시에 닌텐도 게임보이가 인기었고, 게임보이 컬러 다음에 어드밴스 다음에 SP가 나오는 시점이었다. 기존 어드밴스 기기에는 백라이트가 없어서 어두운 곳에서는 게임을 하기가 어려웠다. (밤에 스탠드 아래서 게임하거나, 이불속에 플래시라이트를 들고 들어가 비추면서 게임했던 기억이 있다) 

 

이 SP라는 최신 기기는 백라이트가 달려있어 추가적인 광원이 없이 게임이 가능했고, 엄청난 혁신이었다. 디자인적으로도 훨씬 컴팩트하고 접혀져 휴대성이 좋았다. 그저 매력적이었다..

나는 어드밴스를 가지고 있었기에 사달라고 하기에 엄두가 안났던 것 같다.

닌텐도 게임보이 어드밴스 (좌) SP (우) - SP에 비해 어드밴스는 너무 투박했다.

 

동네에 같이 놀던 친구가 있었고, 그 친구 집에서 자주 놀았다. 주로 게임을 하거나 유희왕 카드나 포켓몬 관련된 게임을 했던 것 같다. 어느날 그 친구가 새로산 SP를 보여주며 자랑을 했다. 게임기나 핸드폰에 욕심이 많던 나는 매우 부러웠고, 그게 너무나도 탐이났다. 같이 놀던 와중에 문득 생각이 났다.

 

'저거를 몰래 가져가서 잘 숨겨두고 시간이 지나

쟤가(저 친구가) 포기하고 금방 잊고 지낼 때쯤 되면

이제 내 것이 되는거 아닌가'

 

간혹 이 때의 내가 생각이 날 때면 진짜 어이가 없다. '내가 생각이 저렇게 짧았구나' 하고...

그렇게 도둑질을 실행으로 옮겼다. 집으로 잘 돌아왔고, 침대 밑 옷장 속에 아주 잘 숨겼다. (ㅋㅋ)

 

 

한참 후, 당연하게도 친구네 집에서 연락이 왔고, 어머니끼리 통화를 하셨다. 

엄마가 그 게임기 내가 가져갔냐고 물었다. 

 

'아니 난 아니야. 난 몰라'

잘 대답했다! 이제 잘 넘어가겠지? 그리고 게임기는 내 것이 되겠지?

 

엄마가 전화를 마치고 내방으로 왔다. 그리고는 금방 게임기를 찾아냈다.

아차 싶었고 수치심이 몰려왔다. (으악 지금 생각해도 창피해.. 수치심이 몰려온다!)

 

쥐죽은듯이 있었다. 창피했고,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를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일은 엄마가 잘 해결해줬다. 그리고 어떻게 혼난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혼났던 것 같다.

당연히 그 친구와의 관계는 소원해졌다. 서로 인사는 했지만, 그 후로는 같이 놀지 않았다. 창피했다. 

 

그 일 이후일까, 부끄럽거나 수치심을 느끼는 일을 극심하게 꺼리게 된 것 같다.

이것이 내가 기억하는 아마 강하게 구겨진 첫 경험이지 않았을까?

구깃구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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