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

[심리] 심리상담 (1)

by 순수그잡채 2024. 2. 9.
728x90

2023.12.29 (금) 1회차

 

"당신은 당신의 숙제를 하는거고

그 사람은 그 사람의 숙제를 해야하는 거에요"

 

나한테는 무서운 사람이 있다. 

내가 원래 자기주장이 약하고 수동적인 사람이긴 한데,

그래도 이렇게 누군가를 무서워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물리적인 힘으로 따지면 가볍게 제압할 수 있는 정도임에도. 

 

처음부터 무서웠던건 아닌데, 어느순간 점점 말려들어가고 내 자신이 작아졌던 것 같다.

그렇게 햇수로 따지면 6년 반 가까이

 

 

내가 정말 존경하고 아끼는 친구의 도움으로 이 상황을 탈피 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얻었다. 어떻게 보면 계몽에 가깝달까.

 

깊고 깊은 우물에서 손으로 땅을 계속 혼자 파면서 더 깊숙히 들어가고 있던 상태였던 것 같다.

'그래 어쩔 수 없어', '이게 최선이야' 하는 말도 안되는 자기위로를 하면서.

 

땅파는 것을 그만두고 벽을 타고 올라갈 생각을 안해본 것은 아니지만

시도할 용기가 없었다.

 

그때 나에게 밧줄이 던져졌고, 의지했다. 

한 번 밧줄에 의지해보기로 했다. 

물론 매달리는 것도 힘든 나였지만

죽기 살기로 매달려봤다.

 

조금씩 올라가는게 느껴졌고,

그동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에 대한 

'수치심' 이라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달았고

'그것' 을 내려놓기로 했다.

 

마치 쓸데없는 돌덩이들을 가방에 가득 담고

등에 매고 있었던 그것, 수치심이라는 것을

 

밧줄에 매달린 내가 조금 더 가벼워짐을 느꼈고

더 의지하기로 했으며,

내 상황 및 도움을 구하는 것에 대한 수치심을 인정하고

내 의지로 가능한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했다.

모두가 내 편이었고, 정말 감사하다.

 

 

심리상담을 추천받았다.

우울증도 겪어봤고, 정신건강에 대해 관심은 많았지만

병원 외에 심리상담 쪽에는 편견이 있었다.

비싸고 별로 도움 안될 것 같다는 편견이.

(↑바보.. 아니 그럴 수 있다!!)

 

일단 내 상황을 정리하고, 선생님께 얘기해봤다.

학창시절의 과거나 부모님에 대한 것도 얘기했다.

나는 상대방에 대해 극심한 공포를 느끼고 있고

이거는 '복종' 이었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니 인정했다.

 

"아버지에 대한 복종이 있었고, 그 복종의 대상이 바뀐 것으로 보여요"

네..? 아니 저는 아버지에 대해 복종해본적은 없는 것 같고,

오히려 그 사람에게 먼저 복종을 한 것 같은데요?

라고 말씀드렸다. 

 

근데 점점 생각을 해볼 수록 그 말이 와닿게 되었다.

아버지는 나에게 화를 내거나 혼을 내신적이 없다.

좋은 남편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나에게는 좋은 아버지 쪽에 속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내가 기억하고 있는 과거의 아버지는 어쨌든 강하고, 무서운 사람인 것은 맞았고,

의식하지 못했을 수는 있지만 어쨌든 두려움 등은 있었던 것 같다.

 

어쨌든 일단 현 복종의 대상으로부터는 도망쳐 나왔다.

그럼 다시 반복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답은 역시 간단했다.

결국 내 자신이 바뀌어야한다

일단 내 자신의 약함, 과거를 인정하고

의식적인 노력으로 바뀌어야 한다.

화를 낼 줄도 알아야 한다.

그게 내 숙제다.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해주신 말이 정말 큰 위안을 주었다.

"당신은 당신의 숙제를 하는거고

그 사람은 그 사람의 숙제를 해야하는 거에요"

 

 

집에 돌아가면서, 그리고 지금까지도 계속 되뇌고있다.

'그래 나는 내 숙제만 하면 되는거야, 다른 사람 숙제는 신경쓰지 마'

 

 

자신의 모든 힘을 써 나를 끌어올려준 친구에게

오늘도 감사하다는 마음을 외친다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들렸으면 좋겠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심리] 심리상담 (5)  (4) 2024.02.09
[심리] 심리상담 (4)  (3) 2024.02.09
[심리] 심리상담 (3)  (2) 2024.02.09
[심리] 심리상담 (2)  (3) 2024.02.09
[심리] 마음속 구겨짐의 근원  (0) 2023.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