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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일지

2023.09.01 금

by 순수그잡채 2023.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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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다 이 블로그

 

21년도에 한때 잠시 열심히 쓰다 멈췄다.

어떤 루틴을 길게 유지하는 걸 잘 못하는 내 자신을 정말 잘 알고있다.

 

뭐 어쨌든 오늘은 그냥 일기를 쓰고 싶었다.

오늘을 오래오래 간직하려고 그런것 같다.

 

 

매주 금요일은 랩미팅이 있는 날이다. 

거의 항상 목-금은 긴장, 초조, 불안, 후회, 압박감으로 가득하다.

월화수에 미리 준비하지 않은 과거의 나를 원망하며..

야심한 새벽에 스터디카페에서 몰입과 초집중을 잠시나마 발휘한다.

(이거는 꾸준히 지키고 있는 루틴...이네?     ...)

 

연구실의 유일한 박사과정생이기도 하고, 교수님이 생각하는 수준에 맞는 자료를 준비해야한다는 압박감이 크다.

보통은 교수님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편이었다.

내 수준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고,

회를 거듭할 수록 자신감은 줄어가고 있었다. 

 

어느덧 연구를 위한 미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매주 미팅을 위한 연구를 하고 방어를 하는 느낌이다. 

 

미팅을 위한 연구는 주로 논문에 들어갈 데이터를 피드백 받은 대로 이것저것 수정하고

조금 더 이쁘게만 다듬고

뭔가 많이 한것 처럼 불리는 걸로 진행된다. 다른 표현을 하자면 '핵심'이 빠진 상태이다.

그래도 나름 성의를 다해서 준비한다고 나는 생각하ㄴ..

 

하지만 우리 교수님한테는 씨알도 안먹힌다.

겉만 이쁘게 꾸며놓은 자료에서 항상 비어있는 핵심을 캐치하고 언급하신다. 

 

화는 절대 안내시지만, 표정과 분위기에서 강한 무언가가 느껴진다. 

 

 

 

이번주는 무척이나 집중이 안됐다.

나름 연구를 위한 미팅을 하겠다 마음도 먹었기에

그동안 빠져있던 핵심을 채우고자 논문을 많이 읽으려고 했다.

 

보통 몸을 쓰면 몸이 힘들기에 힘들다는 생각을 하거나 그냥 생각이 없어질텐데 

공부를 하다 집중이 풀리면 다른 생각에 쉽게 빠지게 된다

(마치 엔트로피(무질서도)가 증가하는 방향이 자발적인 것과 같이)

영어로 된 지식을 계속 습득해야하는 과정이다보니 

복잡하고 어려운걸 기피하는 나에게는 더 힘들기도 하다. 

 

그게 이번주는 항상 한 생각으로 주욱 이어져왔다. 

또 보통 밤에 조용한 곳에서 혼자 앉아있다보면

그게 더 심해진다. 공부가 눈에 들어올리가 없다..

마음이 아팠다

 

결국 목요일이되고,, 루틴대로 멀리 집나갔던 집중은 어느정도 돌아와 핵심을 채우려고 노력했다. 

밤이 되었고, 가슴 아린일이 생겼다. 

 

이미 결말을 알고 있던 일이지만 

막상 다가오니 마음이 아팠다. 

 

'마음을 다잡고 집중 하자. 프로처럼 행동해야해' 라고 생각은 했지만

집중은 오래가지 않았다. 

 

밤을 샐 계획이었지만 결국 새벽 네시 즈음 포기했다. 

자고나면 멍한 기분이 될테니 집중할 수 있겠지라고 도피를 선택했다.

 

아침이 되어 다시 하던일을 계속했다. 

핵심을 빵빵하게 채우려 했던 욕심을 내려놓고 할 수 있는 만큼 하기로 마음 먹었다.

하다보니 집중도 됐고 채워야 하는 핵심 중 하나인, 오랫동안 골칫거리였던 과제 아이디어도 문득 생각이 났다.

사실 별거 아닌데 공부를 하고 생각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자료도 어느정도 채워져 갔고 이쁜 데이터들은 이번에는 포기하고

턱없이 부족하지만 핵심들을 채우려고 노력한 내 모습을 담았다.

(선행 연구 조사, 연구를 위해 공부해야할 자료들, 과제 아이디어의 기초 파트)

 

완벽한 자료는 못되지만 일단 있는대로 준비한 것들을 보여드렸고,

다행히 부정적인 피드백은 없었다. (이번에는 생각을 해온게 보인다고 하셨다 휴)

칭찬보다는 부족한 점을 보통 더 강조하는 분이기에, 오늘정도면 매우 선방했다.

안도감이 들었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역시 힘들지만 시간을 들여서 노력하면 결국 어느정도는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 

 

 

랩미팅에서는 좋은 성과과 있었지만

그후에 찾아오는 소중한 것을 잃고난 후의 아픔은 어쩔 수 없다.

역시나, 힘들겠지만 시간이 어느정도는 해결해 줄거다.

 

어제 오늘은 달빛에게 위로를 많이 받는다.

잘 가다듬고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에 힘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