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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일기

[장강명] 5년만에 신혼여행

by 순수그잡채 2024.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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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CIL1gUhq-jY?feature=shared

최유리 - 우리만은

 

 

 우리가 입을 맞추는 장면도 동영상에 담겨 있었다. HJ와 나는 서로 마주 보고 호흡기를 뗀 다음 입술을 쑥 내밀어 키스했다. 그러고는 재빨리 물안경 안으로 들어온 물을 뺐다. 둘다 제법 능숙해 보였다. 실내 이론 교육과 얕은 물에서의 실기 연습 덕분이었다. 나는 서로 사랑하는 법, 의미있게 사는 법도 누군가 얕은 물에서 친절하게 가르쳐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나는 그날 밤 동영상을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보았다.


 우리의 금슬은 다시 좋아졌다. 글쎄, 이 글을 쓰는 지금에 이르러서는 5년 만의 신혼여행에서 우리가 어떤 교훈을 하나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 전까지 우리는 부부 간의 사랑이 어떤 바다 같은 거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바다는 가만히 있어도 그 위로 비가 내린다. 땅에 내리는 비도 이러저러한 물 순환의 단계를 거쳐 결국 바다로 돌아온다. 결혼이라는 약속은 사회적으로, 또 개인적으로도 상당한 구속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갈등을 무마시키는 힘이 있다. 그럴 때면 사소한 싸움도, 물이 바다로 돌아오는 과정처럼 보인다. '칼로 물 베기' 어쩌고 하는 속담도 그래서 나온 것이리라.

 

 하지만 실제로는, 그 구속력은 물 순환을 일으키는 자연의 힘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약하고 예외가 많다. 우리의 사랑은 바다보다는 호수에 가까웠다. 호수의 수량을 유지하려면 강에서 물을 계속 공급받아야 한다. 노력을 들여 강의 흐름과 유량을 섬세히 관리하지 않으면 어느 날 갑자기 호수의 수위가 쑥 낮아질 수도 있다. 우리가 보라카이에서 둘째 날 겪은 일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