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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022/배달의 민족 커넥트 도보

[배달 일기] 오랜만에 작정하고 도보 배달 - 2021.12.05 일요일

by 순수그잡채 2021.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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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주말에 부모님, 형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일하고 용돈을 받는 부업을 하고 있었지만

일요일에 손님이 별로 없을거같고, 일당받는 사람이 한 명 더 와서 

부득이 하게 내가 갑자기 쉬어야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돈을 벌고 싶었던 나에게는 청천벽력같은 말..)

 

12시간 서빙 일에 지쳐서 미라클 모닝은 못했고, 

오후 3시까지 쉬다가 배달을 시작.

오전에 굉장히 불안했었다.

오늘 일 못해서 놓치는 돈에 대한 미련, 배달 일이 잘 안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

 

11월 초 즈음에 갑자기 엄청 추워졌던 주말 낮에 2시간 반 정도 해봤는데

정말 주말이라고 할 수 없을정도로 나한테 콜이 안들어 왔었다. 

그날 결국 거리를 배회하다가 한 건 하고, 또 배회하고 한 건 하는 식으로 

결국 2시간 반 동안 3건 밖에 못하고 좌절하며 들어갔었다.

 

다행히 오늘은 배달 시작을 누르자 마자 잡혔고, 

그 후로 꾸준하게 계속 계속 잡혔다.

중간에 잠깐 쉴 틈이 생기기도 해서 숨 돌릴 수 있었다. 

점심 피크가 지난 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3시~ 5시)

꾸준히 잡힌다는게 신기했다..

(다른 배달기사 분들이 쉬는 시간이었을까?)

 

오히려 6시부터는 잘 안잡힌 것 같았다. 피크 시간이기에 공급량이 올라갔기 때문 일거라고 생각한다.

AI 배차가 잘 안잡힐 때는 내가 선택하는 배차 방식으로 변경도 해봤고, 

남는 콜들을 처리해봤다. 

도보 배달임에도 불구하고 거리가 좀 되는 콜이 떠서 

피하고 싶었지만 시도 해봤다.

저녁 7시 반쯤에 마지막으로 했던 건은

언덕이 너무 심해서 진짜 종아리가 찢어질 듯했고

힘들어서 엉금엉금 기어갔다. 

그래도 손님을 위해서 포기하지 않고 갔다.

 

손님과 점주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앞으로 그 쪽으로 가는 콜은 잡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콜을 끝내고 너무 힘들고 저녁도 못먹은 상태였기에 마무리 하기로 하였다. 

 

종아리는 정말 찢어질 듯 했지만 사실 더 할 수 있었고, 더 하고 싶었지만

오랫동안 못 봤던 친구들이 내 동네로 놀러와서 이미 밥을 먹고 후식을 먹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30분 정도 합류를 해서 얘기를 나눴다. 소중한 시간이었다.

왜이렇게 힘들게 사냐, 취업하지 왜 박사 공부를 하려하냐, 너 정도면 좋은 스펙이다 등등 많은 피같은 조언들도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요즘 제일 궁금한 것은 30살 내 친구들은 얼마를 저축했을까 하는 것.

대기업은 아니지만 좋은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은 얼마를 저축했을까

2명 얘기밖에 못들어 봤지만

 

결론은 아직 내가 많이 뒤쳐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 

사실 그 친구들의 저축양이 적은 것이 맞았다. 

많이 버는 만큼 씀씀이가 큰 듯하다..

 

그렇다고 내가 아직 뒤쳐지지 않았다고 자만하거나 누구랑 비교하거나 할 필요가 없고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더 벌고, 아끼고, 미래를 위해 투자하고, 내 자신한테 신경써야 할 것이다. 

 

 

후에 집으로 돌아와서 아내가 가져온 편의점 폐기로 저녁을 해결 

변태같고, 푼돈이지만 돈을 벌고, 돈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 

역시 일 끝나고 마시는 탄산수가 최고 / 과일 향이 강해서 너무 좋다

약 5시간을 빠른 걸음(평소 걸음걸이에 1.5배 가량 빠른듯한 경보?)으로 돌아다니다 보니 

느껴본적 없는 종아리 근육통이ㅋㅋㅋ

전날 음식점에서 12시간 일하고 나서는 종아리는 적당히 아프고 발바닥이 많이 아팠는데 

배달을 하고나니 발바닥은 별 통증이 없고 종아리 근육쪽이 찢어질듯했다. 

서로 다른 부위에 운동이 되었나? 

그리고 신기하게도 흑석에서 중앙대를 넘어서 상도쪽으로 넘어갈 일이 한 번도 없었다. 

(도보에서는 그 언덕길을 포함하지 않도록 시스템이 바뀐 것일까..? 나는 그래도 괜찮은데..)

 

어쨌든 3시~8시 배달 완료했고, 콜이 많이 있었어서 다행이었다. 

만약 이 일을 안하고 공부를 했다면 또 다른 의미가 있었을 지 모르겠지만

내가 아는 나는.. 아마 유튜브 보면서 놀았겠지..

 

놀면 뭐하니.. 

차라리 얼마 안되는 돈이겠지만 일해서 돈버는게 마음 편했다.. 

 

이제 나의 불안감은 

내가 과연 박사과정 3년을 끝낸 후에

무엇을 할 수 있고 안정적으로 잘 벌 수 있을까.. 

다른 박사들 사이에서 경쟁력 있는 인재가 될 수 있을까 등등

 

오늘 친구들에게서 뼈를 많이 맞다보니 

고민이 더 커졌다. 

 

뭐가됐든 일단 박사는 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하겠다고 한 상황에서 그만두겠다고 말하는 것도 교수님한테 죄송하고..

하지만 아직 정확한 목표는 또 없고 

 

여러모로 고민과 걱정이 많은 상황이다. 

 

 

어쨌든 배달은 틈틈히 해볼 생각이다. 

작년 1월에 한 후로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해본거 같다.

걸으면서(운동) 돈을 벌 수 있다는게 나한테는 정말 찰떡이다. 

그러면서도 고객들을 위해 안전하고 최대한 빠르게 배달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다음에도 콜이 끊이지 않았으면 좋겠다ㅠㅠ

 

 

화이팅!